문화산책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번 달 문화산책에서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다. <인간 실격>은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세계문학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다. 1948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오히려 판매 부수가 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다. 전반적인 책의 분위기가 조금 우울하고 비관적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판매 부수로 보나 유명세로 보나 많은 이들이 읽고 있는 책인 것은 확실하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이번 달 문화산책에서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다. <인간 실격>은 <데미안>,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세계문학의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할 수 있는 스테디셀러다. 1948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오히려 판매 부수가 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꾸준히 찾는 책이다. 전반적인 책의 분위기가 조금 우울하고 비관적이라는 평가도 받지만, 판매 부수로 보나 유명세로 보나 많은 이들이 읽고 있는 책인 것은 확실하다. 다자이 오사무에 대하여 “반복된 하루 사는 일에 지칠때면 내게 말해요 항상 그대의 지쳐있는 마음에 조그만 위로 돼 줄께요” 다자이 오사무는 일본 동북 지방의 대지주인 쓰시마 가문의 열째로 태어났다. 중의원(국회 의원)까지 맡았던 아버지는 늘 바빴다. 몸이 편치 않았던 어머니는 돌봐야 할 형제가 열 명도 넘었다. 이러한 탓에 다자이 오사무는 유년 시절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다자이 오사무는 천성적으로 섬세하고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래서 부잣집에서 태어나 특별 대우를 받으며 사는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특히, 집안의 재력이 고리대금업으로부터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걷잡을 수 없는 자기혐오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다자이 오사무는 이렇게 불안한 청년기를 보내면서도 꼭 이루고픈 꿈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문학’이었다. 다자이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들과 동인지를 창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프랑스 문학을 배우겠다며 도쿄 제국 대학 불문과에 진학한다. 하지만 금세 학문에 흥미를 잃고 다른 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공산주의’이다. 자신의 집안에 대해 늘 지니고 있던 죄의식이 그를 마르크스주의(빈부격차의 해소)에 심취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의 집을 공산주의 조직의 근거지로 삼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이러한 소식을 들은 다자이 오사무의 맏형은 크게 화를 내면서 "좌익 운동에서 이탈할 것을 서약하지 않으면, 모든 금전적 지원을 중단하고 인연을 끊겠다“ 라고 말했다. 다자이 오사무는 형의 이러한 경고에 곧바로 좌익 운동을 그만두게 된다. 그는 이 지점에서 또 한번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다. 다자이 오사무는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쌓은 집안이 싫어서 공산주의 활동을 시작했지만,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집안의 재력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이후 그는 학창 시절의 꿈이었던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다자이는 평소 존경하던 작가인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이름을 딴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에 도전한다. 그의 작품인 <역행>이 최종 후보작 5편에 이름을 올리지만 차석에 그치며 눈앞에서 문학상의 꿈을 놓치게 된다. 이때 선고위원이었던, <설국>의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다자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 작가는 현재 생활에 어두운 구름이 끼어 있어 재능을 있는 그대로 발산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에 대해 다자이 오사무는 다음과 같이 응수한다. "새나 키우고 무용이나 보는 것이 그렇게 훌륭한 생활인가?“ 이처럼 다자이는 대작가였던 가와바타에게 도전할 만큼 작가로서의 자존심이 셌다. 하지만 그 다음 심사에서도 낙선하자 그는 세번째로 도전하며 이렇게 말한다. "부디 저에게 아쿠타가와 상을 주십시오. 바라는 것은 일절 없습니다." 저에게 명예를 내려 주십시오. 분명 괜찮은 작품일 것입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문단의 평가에 반발하면서도 사실은 그 누구보다 문단의 인정을 갈망했던 것이다. 이 대목을 보면 그의 모순되면서도 솔직한 욕망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후보작으로 지명되었던 작가는 수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규정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후보조차 되지 못한다. 이후 다자이 오사무는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에 빠져 술과 마약에 찌든 생활을 이어나갔다. 약물 중독이 점차 심해지자 주위 동료들은 '결핵을 치료하기 위한 요양'이라고 속이고 그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킨다. 한 달 후 완치되어 퇴원했을 때 다자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를 인간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고 말았다." 이후 1945년, 일본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했다. 그의 작품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진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게 되고, 다자이는 사카구치 안고, 오다 사쿠노스케 등과 함께 ‘데카당스 문학’ 그리고 ‘무뢰파 문학’의 대표 작가로 불리게 된다. 다자이는 1948년 연인 야마자키 도미에와 함께 다마 강 수원지에 투신해, 생애 다섯 번째 자살 기도에서 서른아홉 살의 나이로 사망한다. 소설 <인간 실격>은 이러한 어린 시절의 경험과 예술가를 향한 꿈 그리고 정신 병동의 체험 등 여러 자전적인 요소가 녹아들어 탄생한 작품이다. <인간실격>을 읽으며 <인간 실격>은 화자인 '나'가 주인공 오바 요조의 수기 세 편을 읽는 형식으로 주인공의 삶을 보여준다. 작품의 주요 등장 인물들을 간단히 살펴보겠다. 요조는 평생에 두 명의 친구를 사귀게 되는데, 중학교 시절에 만난 다케이치라는 남자와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호리카라는 남자이다. 호리키는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오바 요조보다는 여섯 살이 많다. 한편 미남이었던 오바 요조의 여자 관계는 복잡했다. 그는 쓰네코, 시즈코, 요시코라는 이름의 여자들과 깊은 관계를 가지게 된다. 요조의 첫 번째 수기는 요조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순수하고 여린 소년인 요조는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한 인간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심지어는 부모와 가족에게까지 거리감을 느낀다. 어떤 집단에서든 쉽게 소속감을 느끼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달리 요조는 아주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어색함을 느끼는 '회피형 인간'이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요조는 인간 세계에 동화되기 위해 과장된 말과 몸짓을 하며 가면을 쓰고 살아가기 시작한다. 요조는 자기 본연의 모습보다 과장된 웃음과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대할 때 더 편안하다고 느낀다. 반면, 진지한 태도로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이며 서로에 대해 깊은 감정을 주고받는 관계는 요조로 하여금 어딘지 부담스럽고, 두려움까지 느끼게 한다. 이렇듯 인간에게 실망할까 두렵고 상처받을까 걱정되어 가면을 쓰고 세상을 살아가는 요조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한편, 요조는 당시 일본 사회가 추구하던 이상과 규범에서 한참 벗어난 존재이기도 하다. 2차 세계 대전 무렵의 일본은 국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군국주의 이념을 중심으로 온 국민이 똘똘 뭉쳐 있었다. 그래서 주인공 요조처럼 개인의 사상과 가치관에 따라 사는 '자유분방하고 개인적인 삶'은 곧 일탈과 실패로 여겨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요조의 절친한 친구 호리키 역시 요조의 방탕한 생활을 지적한다. 요조는 사회 규범과 질서를 들먹이며 자신을 훈계하는 친구에게 '누군가를 판단할 때, 그 판단을 하는 주체는 세상이 아닌 개인이다' 라고 말하고자 한다. 비록, 친구가 화를 낼까 두려워 속으로 되뇌이기만 할 수 밖에 없어도 말이다. 어쩌면 요조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은 그에게는 집단보다 개인이 더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간 개개인은 각자의 우주를 갖고 있기에 인간은 하나의 집단이나 사회, 국가로 설명될 수 없다. 그렇기에 요조가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세상이 요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하고, 현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이 서로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이처럼 모두가 집단과 사회 속에서 자신을 규정할 때, 온전한 개인으로 존재하길 원했던 요조는 그만큼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익살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요조의 행위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학창 시절의 요조가 친구들 앞에서 과장된 몸짓을 보이며 넘어진 적이 있는데, 요조의 친구인 다케이치가 다가와서 "너 일부러 그랬지?“ 라며 요조의 허를 찌른다. 가장 친한 친구에 의해 가면이 벗겨진 요조는 큰 수치심을 느낀다. 왜 <인간 실격>일까? 요조의 소심하고 자기 연민에 가득 찬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특히, 일본의 한 작가는 "맨손 체조만 좀 했어도 다자이 오사무의 우울증은 치유됐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확실히 <인간 실격>은 작가의 염세주의와 허무주의가 너무나 잘 녹아있어 시종일관 퇴폐적이며 어둡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깊은 내면에 숨기고 있던 인간의 위선을 낱낱이 조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소속감 없이 여기저기 치이며, 불안하기만 한 청년 세대의 모습을 잘 드러내기에 2030세대에게 그의 소설이 더욱 절절히 와 닿는 것 같기도 하다. 1940년대,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한 직후 일본에서는 어제까지만 해도 "침략 전쟁이 답이다!“ 라고 외치던 이들이 오늘은 "민주주의로 해결하자!“ 라고 외치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패전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가치관과 윤리관이 전도된 상황 속에서 다자이는 모순으로 가득 찬 일본 사회의 위선을 참을 수 없었다. 더욱이 그는 패전 뒤 수많은 문인들이 과거 일본의 침략 전쟁을 찬양하던 때와는 다르게 너무도 갑작스러운 태도로 민주주의를 외치는 모습에 환멸을 느꼈다. 그는 스승인 이부세 마스지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저널리즘에 부추김을 받아 민주주의를 떠들어댈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인은 모두 전쟁에 협력한 것입니다" 라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러한 그의 생각과 일부 일본인들의 생각이 일치하기라도 하듯 일본 사회에 큰 실망을 표하고 퇴폐주의를 기조로 하여 기존의 권위를 거부했던 다자이를 비롯한 무뢰파 문인들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어쩌면 다자이처럼 인간의 나약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스스로의 실패를 직시하는 것은 당시 일본 사회에 필수불가결적인 일이었다고 볼 수 있다.인간 실격>이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철저하게 반영한 자전적 작품인 만큼 소설 속 요조의 삶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그대로 베껴놓은 듯 닮아 있다. 깊은 관계를 두려워하며 자발적 고립을 택하고 공정과 평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회적 감수성을 지닌 모습도, 어려서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자의식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는 것 만큼이나 자기 연민에도 익숙한 모습도 말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 실격>의 결말을 27세의 나이로 수기가 끝난 채 주변 인물들이 요조의 생사를 궁금해 하는 모습을 그린채 열린 결말로 끝냈다. 그러나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서 그의 소설 속 주인공 요조 또한 파멸에 이르렀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주인공 요조의 세 번째 수기 속 마지막 문단이다.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체념과 비관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치며 인간은 모두 나약하다. 하지만 자기애로 포장하거나 합리화 하면서 돈과 명예로, 권력욕으로 자신의 나약함과 불안함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려 애쓴다. <인간 실격>은 ‘허위’라는 가면을 쓰는데 실패하고 끝내 파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 사람의 일생을 보여준다. 그의 삶을 반면교사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