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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읽다. '금강웹진'

청춘유랑기

어디든 좋아, 이번엔 블라디보스토크!

Hit : 1426  2018.02.01

가볍게 물었다.
“ 방학 때 여행갈래? ”


가볍게 대답을 건넸다.
“ 너무 좋아요! ”


여행지도, 얼마나 머무를지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였지만 함께라면 어디라도 즐거울 사람들이었기에 고민은 필요 없었다. 마침 값싸게 블라디보스토크 항공권이 올라왔고 저렴하게 유럽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1월 10일 블라디보스토크행 티켓을 끊었다.




어디든 좋아, 이번엔 블라디보스토크!

 
이소현(사회복지학, 14)


가볍게 물었다.
“ 방학 때 여행갈래? ”


가볍게 대답을 건넸다.
“ 너무 좋아요! ”


여행지도, 얼마나 머무를지도,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였지만 함께라면 어디라도 즐거울 사람들이었기에 고민은 필요 없었다. 마침 값싸게 블라디보스토크 항공권이 올라왔고 저렴하게 유럽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1월 10일 블라디보스토크행 티켓을 끊었다. 2박 3일간의 여행을 떠나기 전, 한 달 동안 주위 사람들에게 블라디보스토크에 간다며 신나게 자랑했다. 그때마다 “겨울에 러시아를 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냉치냉이지”라며 능청스레 답했다. 하지만 그 능청은 블라디보스토크의 영하 20도 앞에서 피울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나서자마자 강한 바람과 공항 앞 콜택시 아저씨가 무섭게 인상을 쓴 채 우리를 반겼다. 하지만 아저씨는 인상만 매서웠을 뿐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 온 걸 환영한다는 듯 자그마한 초콜릿을 주셨고 우리에게 러시아의 첫 야경을 선물해 주었다. 숙소에 가는 길 잠깐 멈춰선 도로 옆 절벽 아래에 펼쳐진 블라디보스토크의 밤풍경은 항구도시답게 밤바다가 불빛들을 반사하며 잔잔히 흐르고 있었고 건물들은 계단마냥 층층이 서서 저마다 까만 밤과 어울리는 빛을 내고 있었다. 


즈드랏스부이쪠!
(안녕하세요!)
그렇게 인사하고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맛집과 관광을 즐기는 데에 있어서는 모두가 오밀조밀 모여있어 크나큰 이동이 필요 없었다. 그저 숙소에서 시내로 나가기 위한 콜택시 한 번과 두 다리만 있다면 충분했다. 때문에 우리의 여행 코스는 그때그때에 따라, 마음가는대로 흘러갔다.  우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을 보러갔다. 이곳은 세계대전 당시 희생한 이들을 기리기위한 곳으로 뒤 쪽부터 정교회 사원이 있고 그 앞에 희생자들의 모습이 새겨져있는 벽과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들이 세워져있었다. 그 앞에 강한 블라디보스토크의 바람에도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이 별 모양의 돌 위에서 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개선문이 있었다. “개선문을 지날 때 소원을 빌며 지나가면 소원이 이루어진대요.”라는 누군가의 말에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두 손을 맞잡고 개선문을 향해 쪼르르 걸어갔다. 그리고 바람도 함께 걸어왔다. 휘잉. 손을 다시 넣었다.



여행의 묘미는 당연 맛집 탐방이 아니겠는가. 지도를 보니 가까운 곳에 꼭 가고 싶었던 에끌레어집이 있어 그곳에 가고자 했다. 하지만 지도가 가깝다고 말하면 뭐하나 우리가 알아듣지를 못하는데. 지나가던 비니가 잘 어울리는 남자분에게 무작정 다가가 길을 물었다. 잠시 지도를 보더니 “마침 내가 가는 길인데 따라와” 손짓을 했다. 이 러시아 남자도 공항에서 본 택시기사처럼 인상이 매서웠지만 친절했다. 우리는 생각했다. 러시아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착하지만 매서운 추위 때문에 인상이 추위 따라 매서워진 것이라고. 그렇게 무사히 에끌레어 맛집 ‘퍼스트시티’에 도착했다. 가게는 골목으로 들어와 사방이 붉은 벽돌건물들에 둘러싸인 공간 안에 있었고 가게 앞에는 젠틀한 신사 두 명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러시아 느낌이 물씬 나는 노래가 뚜르따리 나오고 있었다. 오전 중에 온 것이 다행이었다. 저녁 먹기 전 또 한 번 들렸을 때엔 그 많던 에끌레어들이 텅텅 비어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여섯 명.
그럼 에끌레어도 물론 여섯 개.


종류별로 시킨 가지각색의 에끌레어 중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은 ‘나폴레옹 에끌레어’였다. 생긴 것은 가장 밋밋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크림이 모두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혹여 블라디보스토크에 놀러와 ‘퍼스트시티’를 방문하게 된다면 ‘나폴레옹 에끌레어’를 꼭 드셔보시길!



달달한 당으로 충전된 들뜬 기분으로 혁명광장을 향해 걸었다. “레닌은 어떤 사람이죠?” “아 레닌, 정말 연어를 좋아하던 친구였죠.” 소소한 이야기를 하며 걷다보니 금세 혁명광장에 다다랐고 위엄 있게 레닌동상이 서있었다. 한 손에는 깃발, 다른 한 손에는 나팔을 들고 넓디넓은 도시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 추운 날씨 때문인지 혁명광장은 조용했다. 대신 우리가 시끄러웠다.



점심은 블라디보스토크의 관광거리인 아르바트거리를 지나 해양공원쪽에 위치한 ‘수프라’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조지아식 음식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외관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에스닉풍의 카펫이 천장에 걸려있었고 아직 치우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가 한껏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인터넷 후기에선 오래 기다렸다는 말들이 많았는데 우린 운이 좋게도 바로 들어가 가게의 중심에 위치한 널찍한 테이블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무엇을 먹어봐야할지 어떤 것이 맛있을지 몰랐기에 웃음이 잘생긴 점원에게 메뉴추천을 부탁했다. 양고기 샤슬릭, 치즈가 가득 담긴 빵, 조지아식 만두, 피자처럼 생긴 고기가 들어간 납작한 빵 등 널찍했던 테이블은 그새 음식들로 꽉찼고, 러시아의 냄새도 꽉 찼다. 지금 수프라를 떠올리며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당시의 음식 맛과 향들이 생생히 코끝을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수프라는 맛있는 음식도 인기의 이유지만 가성비 또한 그 이유인 듯싶다. 돈 생각 하지 않고 마구 시켰음에도 다음에 뭘 먹어야 돈을 흥청망청 쓸 수 있을지 고민하였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이 행복하고 즐거운 이유는 한국에 있을 때와 달리 돈을 생각 없이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화를 시킬 겸 해양공원에 갔다. 해양공원에 도착 하고나서 바다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은 게 아니었다. 바다인줄 몰랐다. 겨울의 러시아가 얼마나 추운지 보여주겠다는 듯 해양공원의 바다는 꽁꽁 얼어 하얗게 뒤덮여 있었다. 하지만 그저 흔한 바다를 보는 것보다 유우니 사막 보는 듯 신비로웠고 사이사이 박혀있는 어선들이 아이스에이지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다. 이곳이 바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이었다. 하지만 누군가 독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우리는 폴짝 폴짝 뛰며 자꾸만 사진에 출현했고, 괴상한 포즈를 취했다. 진지하게 찍은 사진은 하나 없지만 이때의 사진들이 그 어디서 찍은 사진보다도, 연출한 사진보다도 가장 베스트 컷들이 되었다. 너무나도 추웠지만 잠시 추위는 잊고 성인 여섯이서 빙글빙글 돌며 “블라디보스톡! 블라디보스톡!”을 외치며 꺄르르 웃었다.



해양공원에서 빼앗긴 체온을 회복하기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명한 ‘해적커피’에 갔다. 우리가 지금껏 만났던 러시아사람들은 모두가 인상은 무서워도 친절하고 착했는데 ‘해적커피’의 점원들은 ‘해적’이라는 가게 이름값 하듯 모든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맛은 내가 만든 듯 친근했다. 아무튼 정말 해적같은 카페였다. 해적커피집을 나와 굼백화점으로 향했다. 근데 블라디보스톡은 뭐가 유명하더라? 백화점이니까 뭐라도 있을 거란 생각이었지만 해적커피는 점원이 해적 같기라도 했지! 굼백화점은 백화점이라기보다는 ‘상가’와 같은 느낌이었다. 은근한 실망감이 보이던 와중에 ‘당근크림’이 유명하다는 정보가 떠올라 우리는 여러 가지 크림을 파는 코너로 갔고 정말 크림만 몇 개 사고 나왔다. 블라디보스토크는 기념품보다는 정말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여행지구나 생각했다.


돈이 많이 남을 것 같아 고급 해산물 레스토랑인 ‘ZUMA’에 가기로 하였다. ‘ZUMA’는 아예 한국어 통역사가 있을 정도로 고급레스토랑이었고 가게 인테리어는 어둡지만 은은한 조명으로 우아한 분위기를 냈다. 벽에는 노란 돌로 조각된 용무늬, 사람 등이 벽화마냥 있었고 자리는 소파로 되어 푹신푹신 편했다. 한 번 사치란 무엇인지 보여주마! 하고 이 비싼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마구 시켰다. 물론 킹크랩도 시켰다. 이곳에서도 역시 테이블은 음식으로 가득 찼고, 러시아 냄새 또한 가득했다. 우리가 주문한 킹크랩은 세트메뉴와 같은 것이었는데, 총 3층의 플레이트로 구성되었다. 가장 아래층에는 관자와 조개들이 놓여있었고 중간층엔 살이 가득한 킹크랩이 두 팔 벌려 우람하게 앉아 있었다. 맨 위층에는 새우들이 가득 누워져 있었다. 그 3층 플레이트를 중심으로 인당 하나씩 시킨 음식들이 놓을 자리도 부족하게 놓여있었다. 사치를 잔뜩 맛봤다.



블라디보스토크 관광지를 치면 꼭 나오는 것이 ‘독수리 전망대’였다. 도착한 전망대 펜스에는 남산타워마냥 자물쇠들이 걸려있었고 그 너머 펼쳐진 야경은 첫날의 그 느낌과는 달랐다. 항구를 경계로 강남과 강북마냥 있는 땅은 무겁게 어두우면서도 넓게 트여 동그란 빛들을 내며 시원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늘에 별이 뜨지 않아 아쉬웠는데 그 아쉬움은 바다 위 어선들의 불빛이 대신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마지막 야경이었다. 전망대에 사람은 우리뿐이었고 택시도 떠났다. 택시를 부르려면 택시 어플에 정확한 주소지를 입력해야하는데 조금 걸어온 탓에 이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숙소에 어떻게 돌아가야 하나 발만 동동 구르며 있었는데 안경과 하얀 모자를 쓴 현지분이 걸어가는 것을 보고 또 무작정 다가가 도움을 청했다. 러시아여성분은 자신의 손이 추위에 빨개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우리가 숙소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러시아는 생각 외로 영어가 정말 안 통하는 곳이었는데 이 여성분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알고 보니 얼마가지 않아 있는 대학교의 학생이었고, 우리보고 여기서 기다리면 너무 추우니까 자신의 기숙사에 있다가라고도 권해주었다. 러시아의 밤바람은 너무나도 차가웠지만 러시아인의 마음은 너무나도 따뜻했다.



다음날 모든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섰다. 어설프게 만든 요리와 근처 슈퍼마켓에서 사온 음식들이 놓인 테이블 주위에 여섯이 둘러 앉아 할 말이 뭐가 그리 많은지 끊임없이 대화가 오고갔다. 원래 알고 있던 모습 외에 서로에 대해 새로운 모습을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함께하는 여행이란 그 여행지를 알아가는 것도 있지만, 함께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블라디보스토크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DAB 버거’였다. 다른 사람에 비해 유독 러시아의 향을 많이 느끼는 나를 배려해 고른 수제 버거 레스토랑이었다.  주황빛의 조명들 때문이었는지 따뜻한 느낌의 가게였고 다른 식당에 비해 젊은 분위기였다. 각자 원하는 햄버거를 주문했고 괜히 유명한 수제 햄버거집이 아니라는 듯 엄청난 높이를 자랑하며 꽉 찬 버거가 등장했다. 포크와 나이프를 이용해 자른 버거를 입에 넣으니 정말 댑댑댑! 하듯 패티와 속재료들이 스웩넘쳤다.

 


식사를 했으면 당연히 후식이 있어야 하는 법. 비행시간까지 남은 덕에 아티스틱 커피로 유명한 ‘프로커피’집에 잠시 들렀다. 카페 천장에는 눈 결정 모양의 모형들이 잔뜩 달려있었고 벽 한 쪽에는 여러 수상 내역들이 걸려있었다. 유럽의 가정집같이 포근하고 예쁜 꽃 벽지가 붙어있었고 작게 책을 놓는 찬장이 자리해 있었다. 메뉴판에는 관광객들도 알아보기 쉽게 그림이 그려있고 벽 등 아래에 대롱대롱 달려있었다. 커피가 나오자마자 예쁜 모양의 커피에 사진 찍기 바빴다. 그리고 한 번 맛보았을 땐 그저 커피 마시기 바빴다. 정말 단언할 수 있다. 내가 지금껏 마셔왔던 커피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우리나라에선 가수 테이가 마셔 ‘테이커피’로 유명한데 테이가 마시지 않았어도 유명해졌지 않았을까.
 


프로커피’를 마지막으로 우린 택시를 타고 다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했을 때처럼 블라디보스토크의 공항은 조용했다. 내일이 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아쉬움과 공항안의 정적임이 마음 안을 순간 횅하게 하는 듯 했다. 이 마음을 어떻게 채워볼까, 남은 돈으로 면세점을 돌아다니며 러시아 기념이 될 만한 물건들을 찾아다녔다. 꿀과 찻잎, 보드카만 잔뜩 샀다. 양손은 무거웠고 휑한 마음도 덩달아 아쉬움으로 무거워졌다. 하지만 그 아쉬움은 집에 돌아가는 공항버스 안에서 사진을 둘러보다가 떠오른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좋은 기억들로 채워졌다. 평일 오전 10시 블라디보스토크의 거리를 걸었고 사람 하나, 건물 하나, 심지어 비둘기 하나하나 한국에서는 그저 쉽게 지나칠 작은 모습들 하나하나도 낯설게 눈빛을 밝히며 바라보았다. 도로에는 눈 자국들로 지저분한 차들이 달리고 해가 짱짱한 대낮에도 바람은 세찼다. 여행 내내 나를 괴롭혔던 러시아의 향은 이제 그리움의 향이 되었다. 거리를 가다가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멈춰서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가 좋았고 그때마다 좋은 사람들이 함께여서 더 좋았다. 인생에 어떤 고민도 없이 “예스!”를 외치게 만드는 사람을 몇이나 만날 수 있을까. 가볍게 대답한 “예스”는 역시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이 인연을 더 길게 만들어주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더 행복했던 블라디보스토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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