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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읽다. '금강웹진'

청춘유랑기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었던 시간, 88일

Hit : 1410  2018.05.01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던 시간, 88

강보경 (사회복지학, 15)



중, 고등학교를 같이 나오고 대학교에 같이 입학한 친구와 룸메이트가 되었다. 나처럼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에 가득한 친구였다. “우리 여행 갈래?”라고 물어봤고, “좋지!”라고 말해준 친구 덕분에 우리는 88일의 유럽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같이 일본여행도 다녀와 서로의 여행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 여행을 준비하는데 훨씬 수월했다. 그렇게 독일 in, 포르투갈 out으로 비행기 표를 끊고 우리는 자금을 모으고 떠나기 위해 휴학을 했다.

2018년 3월 5일. 우리는 배낭 하나를 등에 메고 유럽으로 왔다. 루트는 대략 ‘독일-체코-크로아티아-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스페인-모로코-포르투갈’ 이렇다. 아직 여행이 끝나지 않았지만 내 기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체코, 이탈리아 그리고 스위스 위주로 글을 써보려 한다.

 



체코 프라하, 이름만 들어도 설레고 낭만적인 그곳에서 우리는 7박을 보냈다. 근교도 가지 않고 오롯이 프라하에만. 매일 뜨레들로(체코의 굴뚝빵)를 하나씩 손에 들고 걸어서 카를교를 건넜고, 프라하 성을 보고, 구시가지 골목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녔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이 “프라하 그렇게 볼 거 없는데 왜 그렇게 좋아?”라고 많이들 물어보신다. 아마 프라하에서 만난 분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행복했고, 놀이기구 중 유일하게 자이드롭을 못 타는 내가 스카이다이빙을 멋지게 해냈고, 일주일 동안 5번이나 갔던 ‘알리오 올리오’ 식당이 있어서인 것 같다. 혹시 프라하에 간다면 pizzerie Mikulka에 가서 꼭 ‘알리오 올리오’를 먹어봤으면 좋겠다!


 


체코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들어가 자다르, 스플리트를 지나 두브로브니크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탈리아 로마로 넘어갔다. 로마의 첫 이미지는 썩 좋지 않았다. 길거리에 쓰레기가 나뒹굴고 하수구 냄새가 진동을 하고 노숙자가 정말 많았다. 그럼에도 로마의 수많은 유적지, 바티칸시국 그리고 이탈리아 남부 덕분에 로마가 좋게 기억되고 있다. 보면 볼수록 그 웅장함과 건축기술력에 감탄을 멈출 수 없는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이었던 콜로세움, 약 2000년 전 고대 로마 시대의 신전, 바실리카, 성당 그리고 개선문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포로로마노는 입장하는데 3시간이 더 걸려도 꼭 가봐야 하는 곳이다.


 


가톨릭 신자인 나는 부활절 기간에 바티칸에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도 굉장한 영광이었는데, 로마에 계신 아는 신부님 덕분에 성 베드로성당 지하 경당에 있는 베드로 사도 무덤 앞에서 한국어로 미사를 드릴 수 있었다. 전례부도, 성가대도 없었지만, 나한테는 두 번 다시는 없을 소중한 시간이었다.

로마에서 이탈리아 남부까지 개인적으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아말피해안 도로를 지나 포지타노, 아말피, 폼페이, 나폴리까지 다녀오는 1박 2일 투어를 신청해서 다녀왔다. 그 중에서 포지타노가 단연 제일 좋았다. 우리나라 해운대처럼 끝없는 해변도, 백사장이라고 하기에 그렇게 고운모래도 아니었으며, 바다색이 내가 좋아하는 반예비치처럼 에메랄드색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을 구석구석, 수영하는 사람들 곁을 걷는 내내 여유롭고 행복했다. 레몬이 유명한 남부에서 먹는 레몬 소르베는 최고다. 꽁꽁 얼린 레몬껍질 안에 샤베트를 가득 채워주는데 하나 다 먹고 맛있어서 하나 더 시켜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이탈리아에서 매일 새벽처럼 일어나 관광지에 줄을 서고, 수많은 사람들 사이로 정신없이 다니고, 냄새나고 시끄러운 지하철을 계속 타고 다닌 우리는 스위스에 정말 가고 싶었다. 베네치아에서 우리 숙소가 있는 그린델발트까지 기차를 5번 갈아타며 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한 스위스. 아직도 스위스에서 첫날을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하다. 버스비를 아끼자고 우리는 20kg 정도 되는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언덕을 30분 동안 올랐다. 온몸이 땀으로 젖고 다리에 힘이 풀려 몇 번이고 넘어질 뻔하면서 겨우 도착한 숙소 테라스에서 보였던 스위스는 아직도 머릿속에 그 모습이 생생하다. 피르스트부터 슈피츠, 인터라켄 그리고 유람선과 산악열차를 타고 리기산까지 다녀왔지만 스위스는 어디든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다. 덕분에 지금까지의 내 여행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처음 한국에서 올 때 나는 “3달 동안 뭘 느끼고 많이 배워와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왔고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그러다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면서 여행의 목적은 그냥 ‘여행’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이 여행을 통해 뭘 꼭 배워가려고 하기보다 ‘내가 과연 어떤 여행을 즐기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갭이어(Gap year), ‘학업을 잠시 중단하거나 병행하면서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등의 활동을 체험하며 흥미와 적성을 찾고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하는 기간’을 말한다. 청춘의 꿈이 의식주가 되어버린 것 같은 이 세상에서 우리는 진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인 ‘갭이어’를 보내는 중이다. 처음엔 실습도 미루고 온 여행이라 조바심도 나고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동기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내 선택에 확신이 들었고 지금의 여행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경비가 풍족하지 않은 우리는 끼니를 빵으로 많이 때우고 배낭을 메고 와서 그나마 사고 싶은 것도 잘 사지 못한다. 그렇게 들여다보면 내 여행은 밖에서 보는 것처럼 평화롭고 찬란하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내 인생에서 오랫동안 반짝반짝 빛날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도 나의 화양연화를 가슴에 품고 또다시 멋지게 살아갈 것이다.



소중하고 예쁜, 행복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 내 청춘

더 많이 부딪히고 마음껏 사랑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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