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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을 읽다. '금강웹진'

청춘유랑기

일본에서의 산쇼(三商)합숙

Hit : 1276  2016.05.03

일본에 온 지도 어언 반년이 지났다. 아직 일본에 익숙하다고는 차마 못 말하겠지만, 일상의 루틴에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마음을 기댈 곳이 없으니 심적으로 지쳐왔다. 그래서 나는 사진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히토츠바시 대학은 처음엔 상법강습소(商法講習所)라는 이름으로, 그야말로 상학(商学)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그 당시에 같은 상학을 가르치던 대학이 2곳 더 있었는데, 그때부터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매해 여름에는 세 상학대학, 즉 산쇼(三商)가 모여 합숙을 하며 유대를 다진다고 한다. 이번 합숙에서는 2박 3일 일정으로 나고야시의 이세시마라는 곳을 다녀왔다.





일본에서의 산쇼(三商)합숙


두혁진 (일본어통번역학, 14)


일본에 온 지도 어언 반년이 지났다. 처음엔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던 음식들도 자취를 시작하니 견딜 만 했다. 처음엔 살인적으로 비싸다고 느낀 교통비도 이제는 별 거부감이 없다. 잠들지 못하는 밤일수록 사무치게 그립던 치킨도 요즘엔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직 일본에 익숙하다고는 차마 못 말하겠지만, 작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 하지만 친구들과 가족의 빈자리는 날이 갈수록 커져서 시간이 지나니 평생 안 나오던 꿈에 자꾸 나왔다. 기숙사에 돌아와도 학교에 가도 알던 사람이 없다는 건 괴로웠다. 일상의 루틴에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마음을 기댈 곳이 없으니 심적으로 지쳐왔다. 나는 사진부에 들어가기로 했다. 작년 11월의 일이다.


사진부의 활동은 매주 수요일 모여 사진 작품을 발표하거나 여러 전달사항을 전하고는, 밤이 될 때까지 웃고 떠드는 것이다. 사진부답게 다들 하나둘, 가끔 서너 개씩 카메라를 들고서 서로를 찍는데, 나는 아직도 피사체가 되는 게 익숙지 않아 항상 웃는 얼굴을 하다 만 듯한 모호한 표정을 짓게 된다. 하지만 물론 이것만은 아니다. 방학이나 휴일에는 몇 명씩 모여 출사를 가기도 한다. 이번에 내가 다녀온 산쇼합숙도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히토츠바시 대학은 처음엔 상법강습소(商法講習所)라는 이름으로, 그야말로 상학(商学)을 가르치는 곳이었다. 그 당시에 같은 상학을 가르치던 대학이 2곳 더 있었는데, 그때부터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 매해 여름에는 세 상학대학, 즉 산쇼(三商)가 모여 합숙을 하며 유대를 다진다고 한다. 나머지 두 대학은 오사카 시립대학과 고베 대학이다. 그 이름대로 오사카 시립대학은 오사카에, 고베대학은 효고현 고베시에 위치한 대학인데 이 둘은 지리상 가깝다. 그에 비해 히토츠바시 대학은 동쪽으로 상당히 먼 도쿄에 있기 때문에, 산쇼합숙은 두 대학과 가까운 오사카 근처지역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번 합숙에서는 2박 3일 일정으로 나고야시의 이세시마라는 곳을 다녀왔다. 나고야도 비교적 오사카와 가까운 지역으로 도쿄에서는 거리가 꽤 있지만, 일본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타면 1시간 40분 만에 갈 수 있어서 그다지 멀게는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에는 웃지 못 할 뒷이야기가 있는데, 안 그래도 비싼 신칸센을 심지어 지정석으로 탔기 때문에 요금이 편도 1만 엔이나 돼서, 결국 왕복으로 2만 엔이라는 거금을 지출하고 말았다. 결국, 이 합숙이 끝나고 나서 2주 동안은 매일매일 파스타를 만들어 먹어야 했다.





어쨌든 무사히 나고야에 도착한 뒤, 일행과 합류해서 곧바로 첫날의 여행지인 이세 진구(伊勢神宮)로 향했다. 이세 진구는 일본의 신사(神社)중에서도 특별한 위치에 있다. 일본 전국의 약 8만 여개에 달하는 신사를 통괄하는 신사본청의 총본산에 해당하는 중요한 신사이기 때문이다. 이세진구의 안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고, 안쪽의 본당은 정문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마침 안개도 낀 날이라 촬영하기 좋은 날씨는 아니었으나, 덕분에 무언가 차분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즐거웠다.


둘째 날의 일정은 이세시마(伊勢志摩)와 토바(鳥羽) 주변 관광이었다. 특히 토바 수족관은 오래간만에 느긋하게 여러 생물을 볼 수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수족관에서는 지정된 시간에 동물들과 사육사가 쇼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내가 본 것은 바다코끼리(セイウチ)쇼였다. 사육사와의 호흡이 아주 잘 맞아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훌륭한 무대였다. 사육사가 바다코끼리 바로 옆에 붙어서 한시도 쉬지 않고 먹이를 주는 것도 인상 깊었다. 아마 수준 높은 무대의 비결이지 않을까 싶다. 그 뒤 수족관을 나와 돌고래 쇼를 보러 갔다. 쇼는 근처의 섬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20분 정도 배를 타고 이동했다. 쇼 도중에는 물 위로 머리만 내밀고 있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몸 전체를 한눈에 보니 상당히 몸집이 커서 놀랐다. 마지막 날에는 히가시야마동물원(東山動物園)에 들렀다. 이날에는 비가 내려 동물들이 대부분 구석에서 비를 피하거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좀 아쉬웠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나고야 역에 모여 인사를 나눈 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신칸센을 타고 돌아왔다. 여행을 다녀와서 두 달 남짓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장엄한 숲 속의 신사나 여러 동물보다도, 거기서 여러 사람과 나눈 대화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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