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유랑기
6주간의 버라이어티 캐나다 생활기-part 1
6주간의
버라이어티 캐나다 생활기!-part 1
황윤영 (행정학, 14)
운이 좋게 2번 연속 캐나다로 방학 어학연수를 가게 되었다. 앞으로 어학연수 규모가 줄어든다고 들었는데 6주짜리 캐나다 어학연수를 2번이나 가다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겨울엔 따뜻한 밴쿠버로, 여름엔 시원한 토론토에서 지내니 올 한해 내 날씨는 정말 좋았다. 어학연수를 가서 돌아다닌 명소가 많다. 전부 나열하는 건 정말로 힘들다. 그중에서 몇 개만 뽑아보려고 한다. 이들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라서 좀 아쉽다.
》CN 타워
토론토에 도착하고 지하철 정기권을 사러 지하철역으로 갔다. 한국을 떠나서 오랜만에 타지로 왔는데 구경도 안 하고 돌아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정기권을 사자마자 토론토 다운타운으로 갔다. 다양한 인종들이 거리를 활보했다. 쇼핑센터, 식당이 즐비한 거리의 끝에 우뚝 서있는 한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토론토에서 가장 유명한 CN 타워. 높은 것도 매우 높아서 지대가 평평한 토론토 지역 대부분에서는 이 타워를 볼 수 있다. 캐나다 생활을 시작할 때는 낮에 CN 타워를 보았는데 6주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밤에 비행기에서 토론토와 작별인사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CN 타워를 보았다. 토론토의 명물답게 야경도 아름답다. 반짝반짝하니 멀리서 봐도 예뻤다.
》나이아가라 폭포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 중의 하나이면서, 살면서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한다는 나이아가라 폭포.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는 대략 2시간 거리이며 가는 방법도 다양하다. 뒤에 나오겠지만, 뉴욕을 갈 때처럼 메가 버스를 타거나, 학원에서 운영하는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또 다른 방법은 나이아가라 카지노에서 운영하는 카지노 버스를 타면 된다. 우리 일행은 돈이 없는 가난한 대학생이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인이 운영하는 카지노 버스를 탔다. 카지노 앞에 내리면 폭포수가 떨어지는 우렁찬 소리가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나이아가라’라는 이름은 원주민들의 언어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는 폭포를 가까이에서 보려고 옆길로 15분 정도 걸어 내려갔다. 2달러정도를 내고 승강기를 타면 금방 내려갈 수 있지만 우리는 돈을 아낄겸 돌아서 내려갔다. 나이아가라 지류를 직접 보고 드는 느낌은 그저 경이로움뿐이었다. 그전에 우스갯소리로 나이아가라 폭포수가 똥물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깨끗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볼 수 있도록 설치한 난간 쪽은 이미 폭포수에서 날아온 물로 범벅이 되어있다.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선 난간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줄기차게 사진을 찍어댔다.
예전에 학원에 있는 선생님 중 한 분께서 나이아가라에 간다면 제트보트를 타보라고 추천해주셨던 것이 생각나 바로 제트보트를 타러 갔다. 도착했을 때는 저녁 5시로 마감 시간에 가까웠지만 우리는 운 좋게 마지막 손님으로 제트보트를 탈 수 있었다. 가격은 69달러로 비싼 편이었지만 7, 8월에만 하는 행사이기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20분을 기다려서 나이아가라 지류 끝에서 한가운데까지 왕복으로 40분 동안 탔다. 중간에 소용돌이도 많고 물살도 굉장히 세 파도가 보트를 덮쳐 완전히 홀딱 젖었다. 혹시 나이아가라에서 제트보트를 탈 계획이라면 여분의 옷을 꼭 챙겨가는 게 좋을 것 같다. 어학연수 추억 중에서 최고이지 않을까 싶다.
타고난 후 물에 홀딱 젖은 채로 기념사진을 찍고 올라오니 저녁 7시 반쯤이었다. 토론토로 돌아가는 버스를 놓쳐서 다음 버스로 예약했다. 간단히 샌드위치를 먹고도 시간이 남아 우리는 카지노로 들어가 구경을 했다. 예전에 카드게임 중 블랙잭이라는 게임을 소재로 한 책을 읽었는데 그 게임이 생각나 관전을 했다. 딜러와 플레이어 둘 다 미친 듯 열중했는데 나도 해볼까 하다가 같이 홈스테이를 하는 형이 100달러를 잃었다고 투덜대던 모습이 떠올라서 그만두었다.
8시 반이 되어서야 토론토행 버스가 왔다. 버스를 타는 순간에도 제트보트를 타면서 젖은 옷은 마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버스에서 에어컨을 틀어줘서 오는 내내 얼어 죽는 줄 알았다. 한국 가는 날 밤에 비행기를 타게 될 피어슨 공항을 보면서 지나가는데 매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을 소중한 추억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밤의 피어슨 공항을 보는데 뭔가 씁쓸했다. 다시 토론토를 못 올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뉴욕 New york 7월 29 ~ 8월 2일
8월 첫 월요일은 캐나다 공휴일이다. 그래서 그 날을 노려서 가장 기대했던 뉴욕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내가 알아본 뉴욕 가는 방법은 버스 또는 비행기다. 비행기는 시간은 아낄 수 있으나 압도적으로 가격이 높아서 무조건 제외. 결국, 메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메가 버스는 미국 내 혹은 캐나다에서 먼 거리를 횡단하는 버스인데 출발날짜로부터 오래전에 예약을 할수록 가격이 싸다. 심지어 어떤 경우는 1달러에 예매할 수도 있다. 난 시기를 놓쳐서 왕복 100달러에 예매했다. 학원을 마치고 재빨리 짐을 챙겨서 도심의 버스터미널로 갔다. 선착순으로 자리에 앉기 때문에 부지런하게 탑승 1시간 반 전부터 서 있었다.
토론토에서 뉴욕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12시간 정도였다. 버스를 타자마자 잠깐 잠들고 일어났는데 버펄로 국경관리사무소에 도착해있었다. 초강대국 미국이다. 그만큼 테러의 위협도 많으므로 미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심사를 많이 받아야 한다. 관리원에게 입국심사절차를 받는데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의사소통에 차질이 생겼다. 그래서 관리원이 한국어 음성 번역기를 쓰는 웃기면서 슬픈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안전하게 심사를 마쳤다. 관리원도 끝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마지막에는 한국어 번역기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주었다.
12시간의 여정은 생각보다 빨리 갔다. 자고 일어나니 저 멀리 빌딩들이 우뚝 솟은 땅이 보였다. 직감으로 뉴욕이라는 걸 알았다. 메가 버스는 우리를 뉴욕 한복판에 내려주었다. 어디로 가야 하나 멍하니 있다가 주변 스타벅스에서 숙소 주인분을 만났다. 뉴욕에서 공부 중인 한국인이셨는데 그분도 한국인 손님은 처음이라 하셨다.
숙소 주인분은 메가 버스 하차장 근처에서 유명한 음식점을 추천해주셨다. 바로 그 전에 많이 들었던 쉑쉑버거(Shakeshack Burger)다. 쉑쉑버거의 맛은 매우 좋았다. 패티도 두껍고 빵도 싱싱 야채도 싱싱하였다. 삼겹살의 맛과 비슷했는데 살면서 먹은 버거 중에서 가장 맛있었다. 숙소는 뉴욕에서 전철을 타고 45분 정도 떨어져 있는 브룩클린에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주변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서야 제대로 된 외출을 했다. 아무래도 저녁이다 보니 갈 곳이 한정되어있었다. 그래서 가기로 한 곳은 브룩클린 브리지 Brooklyn bridge였다.
》브룩클린 브리지 Brooklyn bridge
낮에 전철을 타면서 얼핏 보았을 땐 그저 그랬는데 밤엔 조명을 켜놓아서 멋졌다. 사람들이 다니는 인도 아래로 차들이 다니고 있었다. 헤드라이트를 켜고 반짝거리며 달리는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브리지 위에서 뉴욕을 바라보면 빌딩들이 반짝거리는 게 정말 예뻤다. 계속 사진을 찍고 넘어가니 오후 11시가 넘었다. 숙소에 와서 마트에서 산 고기를 구워서 맛있게 먹었다. 습하고 더운 여름 뉴욕에서의 첫 취침이었다.
》자유의 여신상 Statue of liberty
다음날은 날씨가 맑고 쨍쨍했다. 첫 일정은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페이스북에서 봤는데 우리 같이 돈을 아껴야 하는 처지라면 자유의 여신상 섬으로는 들어가지 않는 주변의 무료 페리를 타라고 하여 우리는 그렇게 하였다. 여신상은 생각보다 멀리 있어서 눈으로는 잘 보여도 카메라에는 잘 안 잡혔다. 그래도 명물을 이렇게 보게 되니 기쁘지 아니한가. 강 위에서 페리를 타고 보는 한낮 뉴욕의 모습. 현대 문명의 상징인 듯하다. 빌딩이 우뚝우뚝 솟아있는데 그 안에서 무엇이 돌아가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마 상상도 못 할 복잡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겠지?
》월 스트리트 Wall st.
여신상 페리에서 내려 걷다가 세계 금융을 쥐어흔드는 월가에 들어섰다. 바닥에 종이가 굴러다니고 직원들은 불이 난 전화통을 붙잡고 고함을 치는 월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장면이 자연스레 연상되었다. 그 주변에는 페더럴 홀이 있는데 미국의 국부 조지 워싱턴 경의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가능하다면 과거로 돌아가 건국 초기로 가서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이 세운 나라가 얼마나 발전할 것 같으냐고. 그리고 보여줄 수 있다면 지금의 뉴욕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이 정도로 발전한 자신의 나라를 보고 흡족해할 그의 모습이 상상이 된다. 그다음은 대망의 타임스퀘어로!
》타임스퀘어 Times square
드디어 타임스퀘어에 발을 디뎠다. 관광객들이 가장 실망하는 관광지 3위 타임스퀘어. 실망한 사람은 나도 예외가 아니다. 일단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다. 남미 사람들이 정말로 많은데 왜 이리 시끄럽고 예의가 없는지 귀가 먹먹하도록 떠들어 댔다. 사람이 많으니 도로도 막혔고 당연히 차도 빵빵거렸다. 더 실망했던 건 관광객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다. 나도 속을 뻔했다. 보디페인팅을 한 여성들이 와서 사진 찍고 가라고 한다. 물론 찍으면 7달러를 요구한다. 이런 여성들뿐만이 아니라 스파이더맨, 슈렉, 캡틴 아메리카, 배트맨 등 나에게 다가와 사진 찍자고 유도한다. 이건 진짜 '척'일뿐이고 다 돈을 요구한다. 돈을 요구하니 그렇게 미울 수가 없다. 이런 생각이 박힌 상태에서 2번 3번 계속 그런 사람들을 보니 짜증만 솟구쳤다.
난 이런 이유로 타임스퀘어가 정말로 혐오스러웠다. 학원 일본 친구 중에 하나가 사진을 찍어서 7달러를 냈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한 기사를 접했는데 이제부터 뉴욕 경찰들이 이런 호객행위를 단속한다고 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길거리 예술가들. 스프레이를 가지고 뭔가를 그리는데 처음에 볼 땐 '오 멋있다'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 똑같은 그림만 그린다.
타임스퀘어 스타벅스에서는 1리터짜리 대형 크기로 커피를 주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타임스퀘어에서만 파는 텀블러도 있길래 사러 갔다. 포장도 타임스퀘어 지도로 되어있어서 고급스럽다. 잘 산 것 같다. Hush와 M&M 기념품점도 있다. 혹시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아이들한테는 꿈꿀만한 좋은 곳이다. 돈을 내면 파이프에서 허쉬 초콜릿이 우르르 떨어진다. 기념 초콜릿 중에서는 1미터가 넘는 대형 초콜릿도 있었다. 40달러 정도라서 사지는 못하고 들고 사진만 찍었다. 어린이용 장난감 백화점이 있었는데 나만 한 미니언, 스펀지밥, 징징이, 핑핑이랑 사진도 찍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니 어느새 저녁이다. 전광판에 번쩍이는 타임스퀘어의 불빛들. 야경은 예쁘다. 공중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은 예쁜데 지상의 호객행위들이 옥에 티였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Empire state Building
타임스퀘어에서 벗어나 야경을 제대로 즐기러 엠파이어스테이트로 갔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역시 뉴욕이다. 전 세계 모든 사람이 모여서 엠파이어에서 뉴욕을 즐긴다. 야경을 즐기러 전망대로 가는데 인당 60달러 정도로 비쌌다. 올라가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가까스로 전망대에 갔다. 정말 예뻤다. 전기조명으로 암흑 속에서 반짝거리는 뉴욕의 야경. 아기자기한 불빛이 눈을 즐겁게 하고 마음을 뛰게 하고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준다. 나한테 악몽을 안겨준 타임스퀘어는 그 어디보다 더 환하게 빛난다. 전문사진작가들도 많이 보인다. 올라가는 것처럼 내려오는 것도 고역이었다.
》양키스타디움 Yankee stadium
뉴욕에 오기 전 토론토에서 미국축구경기를 예약했다. 뉴욕과 몬트리올의 경기였는데 유럽의 전설적인 선수들이 최근 미국으로 이적해서 활동하고 있다. 원래는 야구 구장인 양키스타디움을 축구경기가 있는 날에는 축구장 형식으로 바꾸어서 이용하는 방식이다. 즐겁게 관람을 하고 경기가 끝나자 관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쳐주었다. 양키스타디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경기 후에도 뒤풀이 비슷하게 행진을 했다. 악단이 경쾌하게 노래하고 북을 치고 심벌즈 치는 걸 보니 유쾌, 경쾌하다. 몸도 들썩인다. 즐거운 뒤풀이였다.
뉴욕을 여행함으로써 미국의 동부, 서부를 대충은 알게 된 것 같다. 서부의 시애틀, 동부의 뉴욕. 날씨도 좀 다르다. 각각 캐나다의 밴쿠버, 토론토와 유사한 날씨다. 사견으로는 날씨가 사람의 인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시애틀 사람들은 굉장히 착하고 좋았다. 친절하기도 했고. 뉴욕은 도시인지라 돈에 환장한 면이 약간 있긴 했다. 본인이 순진해서 인생의 쓴맛이 보고 싶다면 미국 동부로, 착한 사람만나서 좋은 인성이 뭔지 배우고 싶다면 서부로 가길 바란다. (동부가 무조건 나쁘고 서부가 무조건 착하다는 건 성급한 일반화니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뉴욕 여행하는데 5일도 짧은 것 같다. 2주면 마음 놓고 여행하기 딱 좋을 것 같다. 뉴욕은 생각만큼 크다. 그리고 쇼핑하려면 인터넷 통해서 쿠폰 왕창 발급받고 우드버리 아울렛으로 가기를. 나 같은 가난한 학생, 서민들은 우드버리 아울렛 빼고는 갈 곳이 없다. 그리고 우드버리를 안가면 뉴욕에 온 보람이 없다. 우드버리 말고 쇼핑할 데가 있긴 한데 거기는 나 같은 가난한 사람들이 한숨만 쉬고 나올 브랜드들뿐이다. 옷의 질은 미국이 캐나다보다 훨씬 뛰어나다. 미국에 오면 캐나다에서 못한 옷 쇼핑 마음껏 하길 바란다. 다시 12시간을 타고 토론토로 돌아오니 캐나다가 정말 좋은 나라라는 것을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