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사이버 폭력과 불교적 대안
오늘날 사이버공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갈등공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편재적 상황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이버폭력들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이버 폭력과 불교적 대안
이상권(불교학과, 14)
오늘날 사이버공간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갈등공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의 편재적 상황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이버폭력들이 일상화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 사이버 공간의 갈등과 폭력 실태
쌍방향 의사소통을 특징으로 하는 인터넷은 새로운 갈등 이슈가 출현하는 가능성을 높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갈등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갈등의 편재적 상황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이버폭력들이 일상화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이버폭력으로 여겨지는 악성 댓글의 경우는 피해자 개개인이 감내해야 할 엄청난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명예훼손이나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도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응 방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폭력은 법이나 제도에 의한 통제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사이버공간은 현실적으로 법적 처벌을 통해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공간이다. 아울러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구축되고 퍼져 가고 있는 인터넷의 기술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사이버폭력을 통제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사이버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바람직한 행위규범을 만들어 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사이버공간에서의 바람직한 행위규범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버공간이 공식적 공간이든, 욕구충족을 위한 놀이 공간이든 간에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지각하는 일이다.
2. 불교적 대안
사이버공간은 불교적 세계관과 친화성이 높다. 정보는 항상 새로워지고 다듬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하며, 실체를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삼법인의 내용과 개념상 일치하고 있다.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이버공간은 각 결점 사이의 관계 유지가 중요한 과제로 주목받는다는 점에서 행위자 및 관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업의 논리는 상관성이 높다. 또한 업의 논리와 연기론은 사이버 사회의 가치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불교 윤리의 적용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업과 연기의 가르침에 기초한 동체 대비의 정신과 보은의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간에 대한 존중, 약자에 대한 보호, 서로에 해한 호혜, 사회에 대한 책무 등 사이버윤리의 실천 덕목들은 동체대비와 보은이라는 불교 윤리를 통해 더욱 큰 의미를 포괄할 수 있다.
2.1 사섭법
사섭법이란 불교의 보살(菩薩)이 중생을 제도하고 섭수(攝受)하기 위하여 행하는 네 가지 기본행위이다. 보시란 진리를 가르쳐 줌으로써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고, 재물을 기꺼이 베풀어 주는 것을 말한다. 에어는 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한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는 것이다. 이행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 여러 가지 행위를 일컫는 것이고, 동사는 중생에 가까이하여 중생을 결합해 공동체를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사회윤리이다. 따라서 사섭법은 네트워크에서 배제된 개인들을 공동체로 다시 끌어안기 위한 불교 윤리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사섭법에 기초한 정보격차의 해소 노력은 불평등 구조의 극복을 넘어서 다양한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불교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2.2 십선계
십선계는 보살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윤리 규범으로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계율이다. 십선은 삼업 중에서 현저히 뛰어난 열 가지의 선한 행위를 의미하고, 열 가지 악한 행동을 각각 여의는 것이 곧 십선이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열 가지 악한 행동은 살생, 투도, 사음, 망어, 양설, 악구, 기어, 탐욕, 진애, 사견을 지칭한다. 이상의 열 가지 악행을 하는 사람은 인과의 논리에 따라 삼악도에 태어나거나 불행한 삶을 살게 되지만, 열 가지 악행을 끊고 십선을 행하면 좋은 과보를 받게 된다는 것이 십선계의 기본이다.
십선계는 결국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주고 있는 업설에 근거하고 있다. 선한 행위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악한 행위는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갈파하고 있는 업의 논리는 결국 행위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불교 윤리이다. 때문에 십선계의 언어 관련 계율들은 문자언어에 의해 상호작용 하는 사이버공간의 행위 주체들로 하여금 소통의 왜곡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하고 있는 동시에 공존을 위한 책임도 일깨우고 있다.
인터넷은 현실 공간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과정’이 중요해지는 공간이다. 우리들이 별다른 의미 없이 누르는 마우스나 키보드 하나하나가 인터넷을 매 순간 변화시켜가고 있다. 따라서 행위자 개개인의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것이 정보사회 혹은 인터넷이다. 깨달음을 통한 자아의 완성과 그것의 사회적 회향을 강조하는 불교는 행위자 개인의 문제와 사회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윤리적 기준들을 제시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모든 행위에 인과가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한다면 익명의 사이버 공간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할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사람은 종교 없이는 살 수 있지만, 사랑과 자비가 없이는 살 수 없다.’라고 말하였다. 결국 사람은 서로 의존하고 ‘나’에서 끝나지 않고 이타적인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