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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소개 특집 1탄 》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부 - “남다르지만 특별했던, 불교학과와의 인연”
금강웹진은 신입생과 아직 전공을 정하지 않은 재학생을 위해 [소셜]란에 우리 대학 교수님들의 전공 소개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칼럼을 작성해주신 분은,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부 교수님이신 정상교 교수님입니다. 정상교 교수님은 우리 대학을 졸업하신 후, 일본 동경대에서 ‘인도 불교 중관학’ 전공으로 석/박사를 마치셨습니다. 교수님과 우리 대학의 인연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전공 소개 특집 1탄 》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부
- “남다르지만 특별했던, 불교학과와의 인연”
금강웹진은 신입생과 아직 전공을 정하지 않은 재학생을 위해 [소셜]란에 우리 대학 교수님들의 전공 소개 칼럼을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첫 번째로 칼럼을 작성해주신 분은,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부 교수님이신 정상교 교수님입니다. 정상교 교수님은 우리 대학을 졸업하신 후, 일본 동경대에서 ‘인도 불교 중관학’ 전공으로 석/박사를 마치셨습니다. 교수님과 우리 대학의 인연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 금강대학교 불교학과를 알게 되다.
언젠가 우연히, 지하철에 버려진 신문에서 광고를 보았다.
2003년도 금강대학교 제1회 신입생 모집. 자격 요건 및 정원 : 수능 2등급 이내 100명 모집, 특징 : 4년간 등록금 전액 무료, 2인 1실 기숙사 무료 제공. 졸업 후 해외 유명 대학원 진학 시 장학금 지급
전부는 아니겠지만, 사학 재단이 대학을 설립해 ‘등록금 장사’를 한 결과 비리로 얼룩진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학년 정원이 100명이라면 등록금을 모두 받아도 학교 운영은 불가능할 텐데 졸업 후 유학 지원까지? 분명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대학의 ‘비상식적’인 운영 모습이었다. 하지만 내 일상의 피로감으로 인해 ‘금강대학교’는, 이미 대학을 졸업한 내게 아무 의미 없는 이름이 되었다.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 내 인생이 결정되어 버린 듯한, 직장 초년생의 흔한 고민이 깊어지던 어느 날, 내 머릿속을 스치는 단어 ‘금강대학교=유학 보내주는 대학’이 문득 떠올랐다. 그 날 그 ‘이상한 대학’에 대해 검색해 보니 조계종단과 더불어 우리나라 양대 불교 종단인 단양 구인사를 총본산으로 하는 대한불교 천태종이 2003년 개교한 대학이었다. 불교학과, 사회복지학과, 영어통역학과, 일어통역학과, 중어통역학과, 5개 학과 각 20명이 정원이었다.
그 순간, ‘4년간 직장 생활 한다고 해도 유학비를 벌긴 어려울텐데, 금강대학교에 입학하여 4년 공짜로 대학을 다닌 후 미국으로 유학이나 갈까?’ 황당하지만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기니 무리한 계획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방에 앉아 수능 공부를 시작하였고 2004년, 31살에 열 살 더 어린 동기들과 금강대학교 영어과 제2회 신입생이 되었다. 가끔 불교학과 교수님들과 학생들을 볼 때면 도대체 ‘불교학’은 뭘 하는 학과인지, 졸업 후 스님이 되는 학과인지 궁금하였다. 그리고 불교학과 수업을 듣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 불교학이란?
‘불교’라고 하면 마음은 언제나 텅 비우고, 어떤 일에도 허허 웃고, 차를 마시며 인생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를 외칠 것으로 생각하는데, 불교학은 그와 정반대로 매우 ‘무미건조’한 문헌학(Philology)을 기반으로 하는, 그것도 유럽에서 시작된 학문이었다.
근세기 유럽 제국주의가 전 세계를 식민지로 만들어 갈 때 그 선두에 섰던 영국 프랑스 등은 인도 및 그 주변 지역을 식민 지배하였다. 지배 세력은 식민지의 역사, 문화, 종교 등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그러저러한 이유로 인도의 고대사, 문화 및 종교가 유럽인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인도-유럽어족(語族)’이라는 분류가 말해주듯이, 고대 인도 문명을 구축한 아리야인들이 고대 유럽인들과 그 뿌리가 같았음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유럽의 문헌학자들은 자신들의 언어와 친족 관계에 있는, 인도의 고대 사상과 종교를 전해주고 있는 산스크리트어(Sanskrit語)를 쉽게 해독할 수 있었다. 그러한 연구를 통해 19세기 이후 불교를 포함한 인도 경전들이 유럽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기에 이르렀다.
불교는 주지하듯이 인더스 문명을 바탕으로 하는 고대인도 문명의 소산이었다. 그 인도 문명을 머금은 불교가, 이미 유가(儒家), 도가(道家) 등의 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운 또 하나의 고대 4대 문명 중 하나였던 중국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유럽 언어에 속하는 인도 언어로 쓰인 불교 경전이 한문 경전으로 번역되었다는 사실은, 인류 고대 문명사에 매우 '센세이션'한, 전혀 다른 문화권 사이에 일어난 대사건이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그러한 중국에서 번역된 한역(漢譯) 경전을 바탕으로 전개되었기에 우리에게 ‘불교’하면 한문과 중국의 선사(禪師)들이 떠오르게 되었다. 어디 중국뿐인가. 티베트로 전해진 인도 불교는, 티베트어로 번역되어 한문 대장경에 필적할만한 티베트 경전을 현재까지 전해주고 있다. 그리고 스리랑카 등으로 전해진 ‘남방 불교’는 팔리어(Pāli語)라는 언어로 불교 초기의 사상을 담은 경전을 지금까지 전해주고 있다.
이렇듯 불교라는 종교가 인도 고전 언어인 산스크리트어, 중국의 한문, 티베트어, 팔리어 등 전혀 다른 언어체계로 번역, 전파되어 수많은 문헌 속에 담겨 있던 사실은, 라틴어를 바탕으로 한 성경을 연구하던 유럽의 문헌학자들을 흥분시킬 수밖에 없었고, 그들의 방법론에 따라 불교학은 문헌학 속으로 편입되어 근세기 서구인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다.
일본 역시 한역(漢譯) 경전을 바탕으로 기나긴 시간 불교 문화를 꽃피워왔는데,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1868년) 이래 많은 유학생을 서구로 보내 그들의 문물을 배워오게 하였다. 그들 중 일부는 영국 옥스퍼드, 독일, 프랑스 등의 대학에서 산스크리트어, 티베트어 등을 중심으로 연구되던 이러한 문헌학으로서의 불교학을 배워왔고, 이들이 귀국해 20세기 초, 동경 대학 등에서 산스크리트어 및 인도 철학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이 중국 한문 불교를 통한 불교, 즉 종교로서의 불교만 알던 동아시아에서의 본격적인 문헌학적 방법에 의거한 인도 불교 및 인도 철학 연구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었다. 일본은 그렇게 오랜 시간 종교로서 신행했던 불교와, 한 세기 전 아시아에서 최초로 인도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문헌학으로서의 서구적 불교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백여 년간 엄청난 연구 성과를 축적하면서 불교학의 발상지인 유럽을 능가하고 있다.
》 불교학과로의 전과, 그리고 유학
이렇게 서양에서 불교학이 발전되었다는 사실은, 불교를 종교로 가지고 있던 내게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게 하였다. 난 2학년이 됨과 동시에 불교학과로 전과하였고, 일본 동경 대학 유학을 목표로 정하였다. 그리고 35살, 졸업과 동시에 나는 일본으로 갔다. 동경대 정규 과정에 입학하여 금강대로부터 약 7,000만 원의 유학비를 지원받아 8년간의 유학을 마치고 모교로 돌아왔다.
이처럼, 불교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인도와 중국 문명에 걸쳐 전개된 불교라는 사상 체계를 서양의 문헌학을 바탕으로 비교 분석하는 작업이다. 여전히 국내 불교 연구 인력은 부족한 편이어서 이 분야를 공부한다면 연구 분야는 물론 불교계 언론 등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은 분야이다.
꿈을 꿀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고, 꿈을 이룰 자격도 누구에게나 있다. 나의 이야기가 불확실한 미래와 후회스런 과거에 방황하고 좌절하는 학생들에게 힘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 불교학과와 인연을 맺게 될 학생들이 자신의 꿈에 대한 굳은 확신을 갖고 후회없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편집 | [금강웹진] 박영서 sangmo2004@g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