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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은 록스타
Hit : 1532 2016.11.01
미국의 유명 포크록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인 밥 딜런(75)이 2016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중음악 가수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처음으로, 다소 이례적인 수상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예술 전반에 대한 인식 틀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라며 딜런의 수상을 환영하는 이들이 있는 한편 그의 작품이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문학성이 있냐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록스타
문학과 대중, 그 사이의 거리
황어준(정보과학부, 16)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2016 was awarded to Bob Dylan "for having created new poetic expressions within the great American song tradition".
미국의 전통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런저런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딜런이 미국사회를 포함한 세계 전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1962년에 데뷔한 그는 인종차별 반대, 반전 반핵 등 사회성 짙은 음악을 발표하며 1960~70년대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철학적인 가사와 저항적인 이미지는 한국 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의 대표곡인 ‘Blowin' in the wind’의 가사 일부를 보자.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인생을 알게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백사장에 편히 쉴 수 있을까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이 노래는 미국의 반전운동, 개혁운동 시기 미국 청년문화의 상징이 됐고, 한국의 대학가 시위현장에서는 한국어 가사로 번역되어 ‘운동권 가요’로 불리기도 했다. 딜런의 또 다른 대표곡 ‘Knocking on heaven's door'를 살펴보자.
“엄마, 제 총을 바닥에 내려 놓아주세요.
나는 더는 그들을 쏠 수가 없어요.
저 길게 드리워진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어요.
마치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요.“
수많은 음악인이 따라 부른 이 노래는 반전, 평화에 대한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당대 젊은이들에게는 ‘사회 참여’ 노래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딜런의 노래는 음악인들에게는 음악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 대중들에게는 문화적,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딜런의 가사는 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과서에서 수많이 인용되기도 하였으며 미 연방 대법원 판결문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세계적인 학회지의 데이터베이스를 살펴보면 1970년 이후 딜런의 작품이 727번 언급되었다는 통계도 있다. 위의 사례들은 모두 딜런의 작품을 많은 대중이 접했다는 얘기가 되겠다.
이러한 딜런의 대중성과 더불어 그의 이번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많은 점을 일깨워 준다. 사실 문학인들 사이에서는 인쇄물의 약화와 함께 대중으로부터 멀어졌던 문학 작품들의 대중과의 접점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했던 오세영 시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시라는 게 요즘은 난삽하고 실험적이어서 정작 독자들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이번 노벨문학상이 시사하는 바를 잘 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수상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문학에서 대중과의 소통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압도하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계량화되고 자료화되는 지금의 디지털시대에서 인간의 삶을 노래해 주는 문학 작품들이 좀 더 대중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기대한다.